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내용 바로가기

제8회 지훈예술제 백일장 당선 작품

작성일
2014.06.10 15:37
등록자
지훈문학관
조회수
1731

<초등부 장원>


박 성빈 (구미도봉초등 박성빈)

어젯밤 잠들기 전
창문 밖에서
달님이 부끄럽게
내 방을 엿보더니

내가 잠든 새
내 머릿속에 들어와
잠자는 나를
꿈 세상으로 데려가요

세상에서 가장
부자도 되어보고
호그와트 마법학교도
마음대로 들어가고

중간고사 시험지는
거뜬하게 올백이지
엄마의 칭찬
친구들의 부러움
행복하게 우쭐우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달님 따라 꿈속 여행

“이크, 벌써 아침이네!‘
햇님에게 안 들키게
슝 하고 빠져나가요.







<중등부 장원 >


박성은(구미 성주 중학교)

그 벤치에는 늘
먼지가 뽀얗게 내려 있었다.
아파트 1층 공원 안에
나무 모양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시멘트로 만들어진.

아이들은 눈뜨면 학교에 갔고
다시 학원으로 갔고
집에서는 잠만 잤다

그 벤치에 앉아있는 아이를
본적이 없다.

기대했던 중간고사
비가 내린 시험지를 가지고
집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
나는 아파트 밖
공원에서 서성서성

먼지만 다녀간 줄
알았던 그 벤치에
가만히 앉아보니
하늘이 바람이 세상이 보였다

고개를 들어
오랫동안 올려다 본 하늘에서
달님이 나를
안쓰럽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등부 장원>


신현정 (영양여고 3학년)

탁 타닥
둥그런 빛이
머리 위로 드리워지면
더 이상 창밖의 달빛은
보아질 수 없는 것이다

하나 둘
야간조, 그가 하는 일은
동그란 금색 단추 두 개를
붙이는 것이다.
끝에서 2cm에 하나
또 반대편에 둘
붙이고 또 붙이는
끊임없이 돌고도는 컨베이어 벨트의
시간 속에
혈관 가득 꿈결을 그려낸다.

동그란 금색 단추
하나
그건 그날의
달이었을 것이다
잔가지 끝에 걸린
달 하나
집을 뛰쳐나온 밤의 그것.
괜찮아 괜찮아
빛을 내던 금빛 달이

기다란 밤에 점 하나 찍히듯
하나의 단추를
검은 지갑에 찍어넣는다
그러면 그만
마음속엔 그런 작은 단추 같은
것이 심긴다

끝없는 사막의 실크로드를
이 두 발로 걸으며
그곳의 달을 보겠노라
하는 꿈
나는 그렇게
그날 밤을 뛰쳐나왔던 것이다.

창밖엔
달은 보이지 않고
수많은 전구들이
달 인양 노랗다 그저
노오랗다

밤이면 보이는 것은
달 하나 뿐이었던
나의 마을

내가 내리 찍은
단추 두 개
아버지의 안경알
두 개 속에서
달빛 아래 실크로드는
컨베이어 벨트 위의 전구 속에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끝에서 2cm에 달 하나
반대편 2cm에 또 하나
그래도 내 가슴엔
또 달 하나 반짝인다

바라보던
창밖의 달은
어느새 돌아가는
길 위에 펼쳐지고
그날 밤
잔가지에
걸려있던
달을 바라봄이다




<일반부 장원>



석귀순(대구시)

남편은 친구 따라
일당 준다는 막노동을 갔다

흙 묻은 지폐가 땀방울 닦아 주면
생의 전환점을 그어 놓을
음영 하나쯤 다시 그려 넣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저녁상을 위해
밀가루 반죽에 초저녁 달빛과 그림자를 섞는다.

오랫동안 몸을 감쌌던 와이셔츠 벗어놓고
퇴직 후 다시 태어나 보려고 한다는 그대를 위해
지난 생일날 끓여 줬던 국수를 민다

그대가 앉아있던 책들을 치우고
오므렸다, 폈다, 주무르던 밀가루 반죽으로
손금 하나를 반죽에 새겨 넣는다

새벽 달 마중하던 흙 묻은 지폐
그 푸른 잎사귀로
야채 곁들인 내 국수는
초저녁 달과 함께 그대 기다린다

<대상>

천 번을 이즈러졌으나
너를 잊은 적 없었다

지병있는 몸이라 귀는 얇고
당신 소식 한 줄에 마음은
까치발부터 든다

날을 세운 풀잎을 눕히는 바람
땅을 향해 꽂히는 비는
당신에게 보내는 유배지에서의
연서다

관절은 깎이고 굳어져
조각이 되고
투박한 가슴의 멍울은
완곡한 삶의 표현

당신을 사랑한 죄

땅으로부터 유배된
죄인이다.

<심사평>


지훈 예술제가 올해로 아홉 번째를 거치면서 예술제로서의 격을 높여가고 있다. 이 행사의 하나로 치른 지훈 백일장 역시 그 연륜에 맞게 성황리에 마쳤다.
올해는 예년보다 갑절에 가까운 400여 명이 백일장에 참가함으로써 지훈 백일장의 위상을 높여주었다. 참가자 수에 비해 작품 수준이 따르지 못해 다소 아쉬움이 남았으나, 공통으로 주어진 시제. ‘달’을 두고 써낸 작품들 가운데 몇몇 수상작들은 기대한 만큼의 수준을 보여주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초등부에서 금상을 수상한 박성빈의 작품은 ‘달님 따라 꿈 속 여행’을 다루었는데, 초등학생다운 발상과 마무리를 재치 있게 처리하여 깊은 인상을 남겼고, 중등부에서 금상을 차지한 박성은의 작품은 현실적인 삶에 부대끼다가 외면당한 의자에 앉아봄으로써 보이지 않던 세상을 볼 수 있는 여유를 얻게 되고 달을 통해 자신의 안쓰러운 삶을 살펴낸 것이 설득력 있게 읽혔다. 고등부에서 금상을 차지한 신현정의 작품은 단추로 상징되는 삶의 팍팍함과 달을 대비시킴으로써 시적 화자의 내면의 세계를 농밀하게 그려내고 있어 공감도를 높여주었다.
대상은 일반부에서 나왔다. 적강(謫降) 사상은 동양 의식의 한 원류를 이루는데, 김영신의 대상작은 이러한 의식을 뒤집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사랑, 죄, 유배’로 수렴되는 시상을 절제된 시형에 담아낸 수작이었다, 일반부 금상작 석귀순의 작품은 남편에 대한 사랑을 국수에 손금 하나를 새겨 넣는 행위로 형상화시킨 점이나, ‘밀가루 반죽에 초저녁 달빛과 그림자를 섞는다.’라는 감각적 시구가 수상자의 탄탄한 시력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동백 시인>

담당부서
문화관광과 관광개발담당
임미진
054-680-6432
  • 조회수 13,441